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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0화: 사랑이란 무엇입니까-1.

리뷰

by 읽고 생각하고 쓰는 유기체 2022. 8. 2.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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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짜 가는 것이 썩 즐겁지가 않은데, 그나마 우영우 덕분에 약간은 즐겁다.

 

이번에 리뷰하고 싶은 회차는 10회이다. 따로 제목을 붙이기 힘들어서 '사랑이란 무엇입니까'라 제목을 지었다.

10회는 보는 내내 현실에서 과연 사랑이란 건 무엇인가, 어떤 의미일까 하는 생각을 계속 들게 해 준 회차였으며,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사랑과 그렇지 않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사랑은 뭐가 다른 건가 하는 생각도 하면서, 느낀 것이 많았다. 그리고 드디어 남주와 키스신이 나오면서 지지부진한 전개도 좀 확 나간다. 

 

제목을 붙이기 힘들었지만 '사랑'이라는 제목을 붙이기는 쉬웠다.

그만큼 사랑이란 것 자체가 두음절에 불과한 간단한 단어지만 엄청나게 깊고, 많고, 복잡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극중에서 사랑이란 무엇입니까 하며 검사가 묻는 장면이 나온다.

 

이번 리뷰는 좀 긴데, 드라마를 본 사람이면 아래 절취선부터 읽어도 된다. 

 

이번 회차의 내용은 두가지로 갈린다. 첫째는 장애인 준강간 사건, 둘째는 주인공인 우영우 변호사와 남주의 사랑. 

같은 회차에서 이 두가지 내용의 흐름은 분절적이지 않다.

극중장면, ENA채널

먼저 장애인 여성을 준강간한 혐의로 잡힌 피의자가 체포되는 장면에서 미란다 원칙을 제시하지 않은 경찰을 우영우가 발견하고, 이를 혼쭐 내준다. 결국 피의자에게 본의 아닌 도움을 주게 되고, 이 사건을 변호하게 된다. (여기서 경찰이 "변호사라도 돼?" 물어보는데 그럼 변호사가 아니면 그 법 안 지킬 작정이었나 싶다)

 

사건은 연인사이인 일반인 피의자 남성, 그리고 장애인 여성 사이에서 벌어진다.

어느날 남자가 여자친구와 모텔에서 뜨밤(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드라마에서 그렇게 나와..)을 보내게 되는데, 막상 성관계가 시작되자 여성은 거절의 의사를 내비쳤으나 남성은 그만두지 않았다. 그리고 피해자인 장애인 여성 측에서 경찰에 고소를 하여 재판이 진행된다.

재판의 쟁점은 쉽게 말해 피의자 측에서는 연인관계에서 사랑을 전제하에 상호 합의 후 성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고, 피해자 측에서는 피의자가 피해자를 장애인인 점을 악용하여 성적으로 착취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재판 결과는 피의자의 혐의가 인정되어 징역 2년을 선고받는다.

법리상으로는 이렇게 쓸 수 있으나 사실상 간단하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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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피해자 측에서는 결코 피해자 측의 주장이라고 단정짓기 어렵기 때문이다.  

피의자는 일반인으로서 자기주장과 법적주장이법적 주장이 일치하지만 피해자는 장애인으로서 자기주장과 법적 주장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즉 법적 대리/보호자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자기주장과는 별개로 법적 주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복잡성 때문에 깊이 생각할수록 어려운 회차이기도 했다. 인상깊은 장면도 많고 말이다.

극중 장면, ENA 채널

첫 번째 인상 깊은 장면이다.

피해자인 어머니가 "제비새끼가 지 좋은 대로 즐긴 거잖아요!"라고 하는 장면인데 봤으면 알겠지만 제비새끼 맞다

자세히 보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시선이 다르게 처리되어있다. (보려고 본건 아니고 우연히 발견함)

내가 느끼기엔 뭔가 이 재판을 이끄는 건 일반인이고, 피해자를 비롯한 장애인들은 마치 끌려온 소처럼 보였다. 

피해자인 여성이 '어머니가 그렇게 진술하라고 시켰다'라고 우영우 변호사한테 말했던 장면과 겹쳐서 보면 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장면이다.

당사자인 장애인을 위한 재판이라 보기다도, 일반인의 인지적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열린 재판 같다고 느낀 장면이다.

극중 장면, ENA 채널

두 번째 인상 깊은 장면이다. 

지적 장애인의 온전한 성적 자기 결정권, 사기와 기망으로 얼룩진 사랑이란 거짓말에서 일반인에 비한 회복능력에 대한 말을 하는 정신과 전문의의 증인 진술 장면이다. 이 말들에도 가슴이 아팠지만 인상 깊었던 것은 이 대사이다.

 

"문제는 지적장애인인 경우 불순한 목적을 가진 접근을 자신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에요"

 

이 대사를 들으면서 든 생각은 여기서 지적장애인이라는 말을 빼고 일반인의 사례를 보면

굳이 거창한 가스 라이팅 범죄 판례를 보지 않아도, 주변에도 이런 일들이 많다.

어쩌면 나도 불순한 목적을 가진 접근을 당했을지, 혹은 내가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한 생각에 쓸데없이 혼란만 왔다

 

'불순'이란 단어를 좀 더 확장해보면 결혼과 연애, 불순함과 순수함을 구별하는 척도가 과연 있는가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사랑이란 감정의 원초 중 하나인 '종의 유지'라는 종의 일원으로서의 의무이며, 개인의 욕망은 과연 순수한 것일까 불순한 것일까.

혹은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으로서 나보다 나은 사람을 만나서 생을 영위하고 싶은 욕구는 과연 당연한 것일까 불순한 것일까. 

 

세 번째 장면이다. 

나쁜 제비 새끼인 것을 알면서도 피의자를 사랑한다는 피해자의 대사가 나오는 장면이다.

그리고 어머니가 시켜서 경찰 진술을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한다.

혼란스럽기도 하고, 주변에서 나쁜 새끼(혹은 ㄴ) 만나지 마라, 혹은 본인이 알면서도  

결국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일반적인 여성의 욕구? 와 비슷하다고도 느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까 여성들이 나쁜 남자를 좋아하게 되는 것을 주제로 한 국내외 논문들도 있었지만 이것까지 보면 자전거에 8기통 엔진을 넣는 것 같아서 읽어보진 않았다.)

 

그리고 우영우 변호사의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신혜영씨가 경험한 것이 사랑이었는지 성폭행이었는지 그 판단은 신혜영씨의 몫입니다."

"어머니와 재판부가 대신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지 마세요."

 

10화를 보면서 내가 가장 강하게 느꼈던 긴장은 장애인이기 때문에 의사결정권이 완벽하지 않아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은 맞다는 것과 그렇다면 장애인이라면 자신이 온전하다고 생각하고 했던 의사표현 역시 결국 일반인에 의해서 조작/편집 당할 수 있다는 생각 사이의 긴장이었는데, 이를 약간 해소해주는 대사였기 때문이다.

 

법적 사실과 현실상에서 사실은 보통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종이 위에 쓰여있는 2차원 공간에서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데이터가 그 데이터의 재료인 현실공간이 담고있는 전체 데이터가 완벽하게 일치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긴장 역시, 약간 해소된 것 같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계속해서 느끼는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서 차이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들도 우리 주변에서 존재하며, 극히 구별될 만한 것이 없는 것 아닌가 싶다.

아. 그렇다고 장애인에 대한 국가적인 서포트가 없어져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가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나도 결국 "등급제에 없는 장애인"이라는 생각이 이 드라마를 보면 계속 느껴진다. 

 

10화를 보면서 느낀 것이 많아 두 번 갈라서 쓰려고 한다. 다음 리뷰는 내일 새벽 즈음 올라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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